[뉴스해설] 민족문제 : 남과 북은 같은 민족이 아니다


본문
이현숙
올해 초 이북에서 남북을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평화통일”을 부정하였다. 두 가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첫째는 민족에 대한 재검토이다. 둘째는 고조되고 있는 전쟁 위기이다. 전쟁문제에 대해서는 지난 1월호 <노동자신문>의 기사에 나온 “북한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이북의 매우 이례적으로 호전적인 발언, 러시아로의 무기수출, 대남기구 폐지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된다. 필자는 민족문제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스딸린에 따르면, “민족이란 언어, 지역, 경제생활(경제적 연계), 그리고 문화의 공통성에 표현되는 심리상태 공통성에 기초하여 발생하였으며, 역사적으로 형성된 사람들의 공고한 공동체이다. [이러한] 온갖 특징을 다 구비하고 있을 때만 우리는 그것을 민족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다.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간다. 민족은 특정한 발달단계에 있는 공동체이다. 원시공산사회에서는 혈연적 씨족공동체가 있었다. 계급사회에서는 적대적 계급들, 즉 노예와 노예주(노예제), 농노와 봉건지주(봉건제), 임금노동자와 자본가(자본제)의 공동체가 있다. 이때 노예제와 봉건제에서의 공동체를 준민족이라고 한다. 자본제에서의 공동체를 민족이라고 한다. 만약 민족을 핏줄(혈연)까지 포함하여, “단군 할아버지”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본다면, 이는 인간존재의 필연인 “사회공동체”를 의미하는 것이 된다. 사회과학의 민족개념과 다르다.
민족의 전구체인 준민족과 민족은 무엇이 다른가. 봉건제 국가에서 생산은 가족의 소생산으로 고립되고, 자급자족한다. 소규모 시장이 존재하지만, 지역적으로 고립되어 있다. 경제 문화적 교류가 미발달하여, 사회구성원들의 언어, 문화와 심리상태의 공통성이 낮은 단계에 있다. 신분제는 집단 간의 장벽이다. 자본주의 시대에 사회적 생산과 국내시장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면서, 경제적 연계가 긴밀해진다. 신분제는 폐지되고, 정치적 집중(중앙집권제) 발달, 문화적 공통성 등도 급격히 발전한다. 사람들의 결합도가 비약하여, 공동체는 새로운 질을 획득한다. 봉건조선과 한국의 국력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부르주아가 지배하는 민족은 그 구성원을 평등한 개인(민족구성원)으로 조직한다. 형식적 법률적으로 평등한 개인들은 국민, 혹은 시민으로 규정되어 민족국가를 형성한다.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발전시키며, 계급으로의 분열을 은폐한다.
자본주의에서 민족이 부르주아 민족이라면, 사회주의에서는 프롤레타리아 민족이라고 부른다. 프롤레타리아가 부르주아를 지배하는 민족이다. 여전히 민족인 이유는 이렇다. 공고한 민족성, 민족들 사이의 적대, 배타성은 수백-수천년에 걸쳐 형성된 것이다.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난다고 해서, 즉각 사라질 수 없다. “중쏘분쟁”에서 알 수 있다. 그러나 민족은 사적소유(사리사욕)의식, 국가처럼 계급사회의 유산이다. 민족은 사멸해야 하고, 사멸시켜야 한다. 정치적으로, 프롤레타리아 민족은 (민족이 아니라) 계급으로 조직된다. 국가는 노동자·민중의 조직된 폭력으로서 공인되며, 부르주아를 억압한다.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는 부르주아 민족주의와 투쟁한다. 경제적으로, 계획경제 하에서 국내, 국제적으로 경제적 통일성을 발전시킨다. 민족과 민족국가 간에 교류와 평등, 연대를 발전시킨다. 문화(이데올로기)혁명을 통해 민족성에 존재하는 계급사회의 잔재를 일소시킨다.
공산주의에서 민족은 사멸한다. 세계경제의 통일성이 완결된다. 경제적 문화적 융합과 인류의 연대가 완성된다. 세계시민이 출현하다. 본성적으로 지역적 배타성을 가지는 민족은 사멸한다.
봉건조선시대까지 한(조선)반도에서는 준민족이 특별히 잘 발달되어 있었다. 식민지해방운동과 태동하던 자본주의와 함께 민족도 형성되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남북은 분단되었다. 민족형성의 토대는 동일한 “지역, 경제생활(경제적 연계)”이다. 그리고 여기서 발생하는 언어, 문화, 심리상태의 공통성이다. 결국 반도에는 부르주아 민족과 프롤레타리아 민족이라는 두 개의 민족이 형성되었다. 이는 역사적으로는 상이한 민족의 단계이다. 북은 사멸하는 그리고 사멸시켜야 하는 민족, 남(南)은 극성기의 민족이다. 더구나 계급적으로 적대적 민족이다.
한국전쟁과 이후의 지속적 적대, 그리고 최근 이북의 “적대적 두 [민족]국가” 발언이 증명하듯, 두 민족은 화해할 수 없다. 민족으로서는 그러하다. 민족이란 집단을 “문화적, 심리적” 공통성, 따라서 이데올기적 공통성을 가지는 공동체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지배계급의 사상이 지배적이다. 결국 프롤레타리아 민족이란 프롤레타리아 이데올로기를 공통으로 하는 민족이다. 부르주아 민족이란 부르주아적 이데올로기를 공통으로 하는 민족이다. “민족통일”이 같은 민족의 (재)결합을 의미한다면, 남북은 “민족통일”할 대상이 없다. 만약 남북이 통일된다면 민족통일이 아니라 두 지역의 통일이다.
남과 북의 연대는 가능한가? 민족으로는 불가능하다. 프롤레타리아 국가(이북) 대 부르주아 국가(이남)의 관점이 먼저 필요하다. 다음으로 노동자 국제주의적 관점, 국제적으로 반제(반미) 통일전선의 관점이 필요하다. (2024.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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