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윤석열 탄핵소추안 가결로 행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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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수
12월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다. 느닷없이 종북 반국가세력 척결을 내세우며 비상계엄을 선포해서 국민의 일상을 흔들고 국가적 혼란을 자초했으니,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것이 일단 기뻐할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묻고자 한다. 그래서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탄핵이 결정되고 윤석열이 대통령직에서 파면된다면 행복해질까? 2016년 이맘때 박근혜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고, 91일 후 헌법재판소가 박근혜를 파면시키고 난 후 당신의 삶은 나아졌나? 우리가 지키고자 한 그 민주주의가 우리의 삶을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했나?
이제 주말이 지나면 우리는 일상의 삶터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또 많은 사람들은 주말이면 헌법재판소 앞에 가서 탄핵을 인용해달라며 최장 180일까지 촛불집회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다시 일상의 삶터에 돌아오면 가정과 학교와 직장에서 불합리와 불공정과 부조리한 현실에 맞닥뜨릴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현실에 대해서 비판과 토론, 투쟁과 촛불이 아니라 침묵으로써 무기력하게 견딜 뿐이다.(윤석열의 국무회의도, 군대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주말이면 다시 광장에 나가서 민주주의를 외칠 것이다.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의 탄핵이 결정되면 어떻게 될까? 이제 세상은 대통령 선거운동이라는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사람은 촛불을 들었다는 사실도 잊을 것이고, 윤석열의 비상계엄 소동은 대통령을 새로 뽑는 것으로 마무리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을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헌법 제1조 제1항에 적혀 있지만, 우리는 탄핵촛불과 선거 때만 잠시 이것을 확인할 뿐 일상의 삶과는 무관한 일로 알고 있다.
민주당이 주도한 87년 이후의 민주화는 진짜 민주주의가 아니라 절차적 민주주의를 성취한 것에 불과하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라는 두 기득권 집단끼리의 정권교체가 가능하게 된 제도적 성취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가짜 민주주의다. 대한민국은 소수 특권계급이 지배하는 과두제 가짜 민주주의 체제가 되었으며, 민주화는 기득권을 대변하는 특권정당 간의 정권교체에 불과했다.
권교체는 가짜민주주의다. 민주주의는 정권교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끌 때만 의미가 있다. 정권만 교체할 것이 아니라 기득권 정치체제가 바뀌어야 땀흘려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대접받는 세상으로 변할 수 있다.
광장에서 우리는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고 외쳤다. 그러나 주권자로서의 국민은 선거에서 우리를 대리할 사람을 잘 뽑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광장에서 우리가 무엇을 외쳤는지 잊지 말자. 이제 일상의 삶 속에서 주인이 되자. 가정과 학교와 직장에서 불합리와 불공정과 부조리를 극복하고 진정으로 민주화된 사회를 만들어 나가자. 그랬을 때 우리는 윤석열의 탄핵을 출발점으로 삼아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여정으로 나설 수 있다. (202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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