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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이 99인 상대를 어떻게 이기고 지배하는 거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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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신문
2025-02-07 01:54 9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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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다수 ‘우리’라는 집단의 실체와 정체가 무엇인지

박현욱 (노동예술단 선언)


우리가 99%” 이 구호를 기억하시는지소위 미국발 금융위기라 불리는 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그 여파로 이어진 2011년 월가 점령 시위를 통해 확산된 구호다꽤 명성을 얻으면서 우리 투쟁 현장에서도 종종 접할 수 있었던 이 구호가 그렇게나 인기를 끈 데에는 이유가 있을 텐데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단박에 그 의미가 와 닿고요즘 말로 가슴이 웅장해지는’ 느낌이 든다는 점 등이 그 이유지 싶다내 식으로 받아들이자면 자본주의라는 계급지배 체제에서 지배계급은 단 1%이고 99%가 (피지배계급인민중바로 우리라는 것따라서 세상은 절대다수인 우리의 의지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외침이다.

심히 단순한 이 메시지에 가슴이 웅장해지기까지 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 말이 참으로 새삼스러웠기 때문일 거다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정 노동에그나마 모진 목숨 이어가려면 평생 채무노예의 삶을 강요받아야 하는 것이 공황기 노동자 민중의 삶이다우리는 그 고통을 그저 개인의 팔자소관으로 여기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내가 운이 없어서혹은 내게 문제가 있어서 당하는 불행이라고 말이다적어도 우리가 각각의 개인으로 고립되어 있을 땐 그렇다그 와중에 우리가 99%란다그걸 누가 몰라그런데생각해 보니 알고 있는데 모르고 있었다아니 정확히는 인식하지 못하도록 훈련되고 길들어 있었던 것이다그러니 새삼스러울 수밖에.

아무튼 라는 개인이 우리가 되었을 땐 얘기가 달라진다내가 겪는 고통인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너도나도’ 겪고 있었고 따라서 팔자소관도개인의 문제도 아니었다는 걸 깨닫는다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판이 뒤집힌’ 것이다문제는 내가 아니라 세상이다절대다수인 우리가 아니라 극소수 지배계급의 의지대로 돌아가는 그 세상 말이다.

그런데 뿌듯해야 할 이 구호를 접할 때마다 오히려 기운이 쭉쭉 빠지는 기분을 느껴보신 적 없으신지나는 종종 그랬다. ‘그래우리가 99%인데 왜 여태껏 저 1%를 못 이긴 거냐.’ 전설 속 싸움 이야기라고 해봐야 17 대 1인데 하물며 99대 1의 싸움이라니그런데 언제나 그 99가 1에 지배됐다니. 1도 못 이기는 99인 우리는 당최 뭐냐 이 말이지그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은 채 우리가 99라고 아무리 외쳐댄들 공허하기만 할 뿐이지 않겠나.

답이 안 나올 땐 상대의 입장이 되어보란 말이 있다내가 1이라면 99인 상대를 어떻게 이길 것인가물리적으로는 소수가 다수를 이길 수 없으니 언제나 내가 다수가 되고 상대가 소수인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예를 들어 10명이 100명과 싸워 이기려면 10대 1의 싸움을 백 번 해야 한다는 것이다관건은 100을 어떻게 각각의 1로 만들어 놓을 것인가이다저들 지배계급은 그렇게 할 수 있었기에 99의 피지배계급을 지배할 수 있었다각각으로 쪼개진 99가 하나의 99가 된다면 저들 1은 결코 99를 이길 수 없을 테니까.

우리 입장에서의 관건은 저들의 역이다어떻게 각각으로 쪼개지지 않고 하나의 99가 될 것인가? ‘노동자는 하나다라고 외쳐대기만 하면 진짜 하나가 되는가우리가 그렇듯 저들 자본도 늘 노사는 하나라고회사는 한 가족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우리라고 말하는 99 각각은사실 1에 대한 99로서의 우리보다는 우리 회사우리 지역우리 동문 등등을 더 진짜 우리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느끼게 하는 요소는 우리라는 집단에 대한 명확한 정체성이다그 정체성은 다른 집단과는 변별적으로 존재하는 구성원 간의 동질성이고 그 바탕 위에 형성된 것이 바로 그 집단의 (고유한문화이다. 1과 99 사이의 변별성은 다름아닌 계급이다. 99가 구호가 아닌 진짜 하나로서의 99가 되기 위해선 반드시 피지배계급으로서의 문화와 그에 대한 공유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잠시 돌아왔지만이 글은 노동자 문화에 관한 이야기이다지난 지면을 통해 노동자 문화의 존재 여부에 관해 얘기했었다그러나 실존 여부건 정체성이건 그것을 왈가왈부해야 하는 이유를 수긍할 수 없다면 모두 헛짓이지 않겠나?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노동해방 세상으로 가는 길은 절대다수인 노동자들이 계급으로서의 독자적인 자기 정체성을 가질 때만 가능하다당연히 자본은 절대로 노동자들이 계급으로 각성하게 해선 안 된다바로 이 계급투쟁의 중심에 문화가 있다노동자가 계급으로서의 독자적 자기 문화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느냐 없느냐는 눈앞에서 절절하게 벌어지는 물리적 투쟁으로 외화 되지 않기에 잘 못 느낄 뿐그 이상으로 치열한 계급투쟁 그 자체이다일제가 식민 지배를 위해 한글 말살창씨개명 등 문화통치에 열을 올렸던 이유를 생각해 보자지배의 대상이 스스로 고유한 그들만의 문화를 옹골차게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데 무슨 수로 그들을 지배할 수 있겠나?

해서 이제 우리가 99%라는 구호를 넘어 99%인 우리라는 집단의 실체와 정체가 무엇인지 답해 보자문화적으로다가.     (202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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