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평] 노동자계급, 천국으로 가다


본문
– 신좌파(New Left)에서 쉰좌파로(Rotten Left)로
이탈리아 엘리오 페트리 감독의 1971년 이 영화는 유럽의 68운동을 대변하는 영화로 격찬을 받아왔다. 우리는 이런 기존 평가와는 다르게 현실 노동운동의 입장에서 영화를 본다. 이 영화를 보는데 71년 당시 학생조직이 마오이스트를 표방했다고 하는 등의 사전 정보는 필요하지 않다. 영화에서 한국 노동운동의 현실이 그대로 나오기 때문이다.
영화의 줄거리! “루루는 사측 논리를 대변하는 ‘모범노동자’였으나, 산재로 손가락이 잘렸다. 산재 후 루루는 사측에 속아 살았음을 알고 (노동계급 정당을 만들자는 학생들의 말을 듣고) 전면파업을 선동해 해고 당한다. (생산에 타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의 뻥파업을 진행하면서 회사를 압박해서 성과급 임금제를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협상하겠다는 생디칼리스트) 노조는 회사와 협상 후 해고노동자 루루를 복직시켜 주었다”
우선, 전업 활동가부터! 루루는 해고 후 학생 출신 전업활동가를 만나러 간다. 이 전업활동가는 (대장정, 마오쩌뚱, 노동자 계급정당을 주장했던) 자신들의 조직은 분열해서 없어졌다 한다. 루루에게는 노동자계급의 대의가 중요하지 당신 개인의 해고가 뭐가 중요하냐고 화를 낸다. “내 얼굴을 봐. 나이 30이야. 사는 걸 보라고! 이제 3학기째야, 치농증도 있어” 이 전업 활동가는 자신의 인생이 운동에 헌신하다 망가졌는데 너 따위가 그걸 아냐고 해고자 루루에게 화를 낸다. 이 학생 출신 활동가에게 남은 건 애처로운 허세뿐인 공명심과 자신들의 조직보존 논리뿐이다.
다음, 생디칼리스트 노동조합! 생디칼리즘은 무정부주의 전통을 따라서 정치와 노동조합 활동은 철저히 분리한다. 영화 속에서 노조는 공장 앞에 있는 학생들 같은 외부 세력에 휘둘리지 말라고 노동자들에게 호소한다. 노조는 이윤에 타격을 주지 않는 부분 파업을 진행하면서 사측과 협상을 진행한다. 자본은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서 매뉴팩처적 격의 성과급제 생산설비를 전환할 예정이었다. 파업으로 예정되었던 생산설비의 개선은 더 빨리 진행되었고, 노조가 사측과 성공적으로 협상을 하게 된 모양새가 된다. 복직한 루루는 다른 해고자는 어쩌냐고 묻는다. 노동조합은 해고자들을 다 복직시킬 수 없는 것은 원래 당연하고, 자신들이 사측과 협상하여 루루 1명을 복직시킨 것은 투쟁의 성과라고 자랑스러워한다.
이 영화는 정치를 거부하며 공장 안에서 머무는 생디칼리스트 노동조합과 노동계급 정당 건설에 실패하고 조직보존 논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활동가를 보여준다. 이들은 스스로 신좌파(New Left)라 자부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쉰좌파(Rotten Left)다.
<2023.9.8. 한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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