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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진아 너도 우영우처럼 법을 사랑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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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신문
2025-02-06 02:58 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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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의 연진이들 귀가 가려울 법하다. 케이드라마 ‘더 글로리’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연진아’로 시작하는 말투가 유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리안 웨이브라 불리는 한류가 해일급이라는 사실은 객관이다. ‘객관은 주관적 의지와 무관한게 의식밖에 독립하여 존재’하기에 단지 ‘국뽕’으로 치부하고 넘길 일이 아니다. 해일이란 건 확실히 강력한 힘이고 계급투쟁에서의 관건도 힘이기에. 


지면 한계도 있으니 드라마 내적인 내용으로만 얘기해보자. 올해 한류 해일의 시작이 ‘연진아’라면 작년에는 ‘우영우’가 있다. 두 드라마가 주목을 받은 건, 연기 등 만듦새 뿐만 아니라 이 둘이 갖고 있는 공통점이 큰 몫을 했다. 흔히 말하는 사회적 약자 혹은 피해자가 거대한 권력 혹은 어떤 사회적 힘에 맞서 이겨내는 것이 서사의 핵심이라는 점이다. 


‘더 글로리’는 학교 폭력 피해자가 가해자 그룹이라는 거대한 권력에 맞서 복수를 해내는 이야기이고 ‘우영우’는 자폐스팩트럼장애를 가진 이가 사회적 편견과 권력에 맞서 변호사로 성공해 가는 이야기다. 


당연하게도 이들 사회적 약자들의 편에서 악을 응징해나가며 함께 울고 웃고 몰입하게 된다. 이런 드라마가 단지 ‘재미’일 수만은 없는 이유는 실제로 사회적으로 꽤나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며 대체로는 그 영향이 긍정적이라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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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 장애인에 대한 편견에 대해 우리 사회가 성찰할 계기가 됐다는 것. 길게 보자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아할 수밖에 없다. ‘아니 그럼 이 드라마가 나오기 전까진 장애인에게 편견을 갖자거나 학폭을 옹호하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존재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현실의 학폭피해자 장애인들의 얘기 혹은 부모의 글을 본 적 있다. 


드라마로 인해 위로가 됐을 거란 생각과는 달리 복수도 서울 유명 병원의 원장 정도 되는 힘과 돈(드라마 내용 참조)의 조력이 없으면 안되는구나하는 절망. 법전을 통째로 머리 속에 넣어서 법대와 로스쿨을 죄다 수석으로 통과하는 정도가 아니면 장애인 편견과 차별 따위는 어찌할 수 없는 거구나하는 자괴감. “자폐스팩트럼 장애을 갖고 있어 어눌하지만... 무엇보다 법을 사랑하는 변호사 우영우입니다” 


드라마 속 우영우의 대사이다. 돈과 법. 자본가와 그들의 계급지배를 유지하기 위한 폭력기구로서의 국가(법). 드라마는 가해자 연대와 피해자 연대 중 어느 쪽이 강할 것인가를 화두로 던진다. 그리고 그들이 내세우는 피해자 연대는 국내 탑을 달리는 로펌의 무패 변호사와 재벌급의 자본가 둘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정도의 능력자이다. 


현실의 우영우와 동은이는 오늘도 감옥으로, 옥상 난간으로 내몰리는 데도 드라마라는 국뽕을 타고 우리 사회는 살만하다는 환희가 해일처럼 덮친다. <2023.4.19.  박현욱(노동예술단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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