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은 왜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나?


본문
김형균
― 시장주의적 접근으로는 필수의료ㆍ지역의료 공백 해결못해
윤석열 정부는 총선을 앞둔 지난 2월 1일, 의대정원 2,000명 확대를 골자로 하는 이른바 ‘필수의료 패키지’를 발표했다. 그 내용은 △의대정원 확대로 부족한 의사 확충(2025년부터 5년간 1만명 확충) △재정지원과 보상체계 개편을 통해 지방의료 강화 △특례법과 책임보험 도입을 통해 의료사고 소송부담 완화, △10조원의 예산으로 필수의료 보상을 강화하고 성형이나 미용에서의 혼합진료 금지 등이다.
의협을 비롯한 의사 단체들이 집단반발하는 가운데, 1만 명의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단순히 의대정원 확대만으로는 비인기과와 지방의료의 의사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의·정간의 대치로 인해 응급실부터 시작해서 중증환자 치료체계가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의·정 간의 대립은 고스란히 국민(환자)의 피해로 귀결되고 있다.
코로나19 재난 사태를 거치며 의사 부족 문제는 이제 대부분의 국민이 공감하는 의제다. 그래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6%는 의대 정원 확대에 긍정적 답을 했고, 부정적 답변은 16%뿐이었다(한국갤럽, 2.13~15일 전국 성인남녀 1천2명 대상 실시). 압도적으로 의사 수 확대에 찬성하고 있다. OECD 평균 1,000명당 활동의사 수 3.5 명인 데 비해 한국은 2.3명(1017년 OECD 보건 통계)이다.
의대정원 확대 문제는 윤석열 정부만 추진한 게 아니다. 2012년 이명박 정부는 국회와 시민단체 토론회를 통해 의대 증원 공론화에 나섰다. 당국과 시민단체, 의료 취약지역 지자체 등은 증원에 공감했다. 그러나 결국 정부는 의료계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고, 증원은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의대 증원을 추진했다. 커지는 ‘필수의료 공백’에 정부는 2018년 공공의대 신설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의료계가 강하게 제동을 걸자 공공의대법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좌절되었다. 2020년(코로나19 대유행), 정부가 공공의대 신설,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총 4,000명(이 중 3,000명은 ‘지역의사’로 육성)의 의사 인력을 추가로 양성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 역시 의협, 전공의, 개업의까지 반대하고 나서면서 실행되지 못했다.
‘필수의료’란 외과,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다. 의사들이 기피하는 진료과는 흉부외과, 감염내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이다. 수도권에 비해 지방의 의사환경이 낙후되어 역시 의사 수가 부족하다. ‘치료가능 사망률’은 지역이 훨씬 높다. 중증환차 치료에 집중해야 할 대형병원 ‘빅5’를 비롯한 대학병원에는 경증환자가 대략 70%를 차지하고 있다. 중증 환자를 중점적으로 치료해야 할 3차 의료기관이 환자를 저인망처럼 끌고 가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의료 서비스는 이른바 ‘3분 진료’하는 한편, 중증환자 수술 일정은 한없이 밀리기 일쑤다. 의사들의 인센티브제도는 비급여 항목의 과잉 진료를 부추긴다.
집단 사직을 한 전공의는 의사지만 수련 중인 피 교육생이다. 이들은 주 100시간 근무를 하고 있고, 야간과 주말 진료는 이들 전공의가 담당하고 있다. 중증 응급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당직 전문의가 필요하지만, ‘현재 수가로는 전문의를 고용할 수 없다’는 게 병원 당국의 말이다. 의료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전공의의 처우개선은 시급한 과제다. 그 핵심은 의료인력 충원인데, 국가재정 투입 없이는 해결이 요원하다.
필수의료 기피현상의 원인은 “업무량에 비해 돈이 안 되기 때문”이고, 수술 중 의료사고로 인해 소송에 휘말리기 쉽기 때문이다. 의사들의 지방 기피 현상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한마디로 ‘시장성’이 없다는 것, 의사 부족으로 ‘업무는 많고 돈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의대정원 확대에 의사들이 집단으로 반발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단순히 의대정원 확대만으로는 필수의료ㆍ지역의료 공백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이유는 장차 개업할 때 의사들끼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의료)시장을 중심으로 돈, 이윤이 유일한 동인인 자본주의 사회에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의료 문제 해결은 시장주의적 접근과 정책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당장 한국 의료시스템 개선을 위해서도 건강보험 재정만으로 안된다. 의료인력 충원ㆍ배치를 비롯한 제도개선이 핵심인데, 건강보험 예산 내에서의 제로섬 게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국가재정으로 의료인력을 선발·교육·배치 해야 한다. 야간과 주말 당직을 전공의만이 아니라 전문의를 배치하여 응급·중증 환자에 대한 대응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병이 난 후에 치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 예방시스템을 촘촘히 구축하여 전 국민 주치의 제도를 동시에 가동해야 한다. 국가재정으로 공공의료, 무상의료, 예방의료를 실현해야 한다.
시장주의ㆍ상업주의가 판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온전한 공공의료 실현을 누가 강제할 수 있을 것인가! 결국은 노동자의 노동으로 창출된 ‘사회적 부’는 전체 사회구성원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지출되는 사회, 그것은 자본독재 권력이 결코 해 낼 수 없다! (202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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