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파업’과 사회의료의 전망


본문
손미아
(강원대학교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1. ‘의사파업’: 의사들의 노동자화와 소외의 증대
정부의 ‘의사인력 2,000명 증원’이라는 정책에 맞선 의사들의 파업이 심화되고 있다. 싸움은 정부와 의사 집단으로 보이지만, 그 본질은 자본과 의사 집단에 있다. ‘의사파업’은 자본에 의해 시작된 것이다. 이에 맞서는 의사들이 자기중심적이고 환자나 전체 인구집단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으나, 의료 자본에 대항해서 싸우고 있는 측면도 있다.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시대에 의료 자본들은 의사들을 자본에 편입시켜 왔고, 이제 의료 자본에 의해 의사들의 자본에 재편되는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에서 의료는 약 10% 미만의 공공의료 체계를 제외하고는 민영화된 체계인데, 자본은 이제 이 민영화된 체계에서 아직 남아있는 덜 자본화된 부분들, 즉 의사들의 개업 행위를 의료 자본에 편입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거대 대형 병원들이 들어서면 거기에서 의료노동자로 종사할 의사들이 필요한 것이고, 자본은 이를 파악하고 있으며 의사 인력을 대거 증대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소규모 생산수단으로 개업한 의사들은 결국 노동자화를 겪어왔다. 거대 의료자본 속에 편입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거대 의료자본 체계하에서 의사들은 의료행위에서 자율권과 전문성을 빼앗기고, 의료기업인 거대 병원들의 요구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인공지능(AI)이 의료에 도입되면 의사들의 기술은 점차 무력화될 것이고, 인공지능 중심의 의료로 발전되면 의사들의 대기업에 고용되는 비율은 더욱 증가할 것이며 의사들은 임노동 체계에 편입되고 노동자화될 것이다.
현재에도 소위 수련을 빌미로 거대 의료자본·병원들에 고용된 젊은 의사들인 인턴, 레지던트들은 초인간적인 노동시간 증대, 야간노동, 고도의 노동강도, 노동력 유지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으로 점점 소외되고 있으며, 그들의 일과 환자로부터 분리되고 있다. 의사들은, 특히 거대 의료자본·병원의 의사들은 스스로 노동에의 자율권과 조절권을 갖지 못하고 의료 자본 경영진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어서 의료서비스 생산물과 생산과정에서 소외되고 있고, 동료 의사들과의 경쟁구도 속에서 소외되며, 결국 유적 존재로부터 소외됨으로써 그들 자신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이다.
2. 의료체계 붕괴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사회 불평등과 건강 불평등
한국의 대다수 인구는 이번 ‘의사파업’으로 의료체계가 붕괴될 것이라고 한다. 어떻게 붕괴될 것인가? 한국에선 그나마 미미하게 존재하던 공공의료체계가 붕괴될 것이다. 정부와 의료자본은 의료재원의 부족을 구실로 사회보험제도보다는 민간보험제도를 적극 추진할 것이고, 비보험 민간의료비의 증대, 의료비의 차별화 및 증대 등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려고 할 것이다. 벌써 정부 대책 발표에서 의료의 민영화, 불평등화의 조짐이 보인다.
이러한 사회불평등의 증대와 건강불평등의 증대는 사회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다. 노동자·민중들은 더 이상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질 높은 민영화된 병원을 찾아가지 못할 것이고, 의료의 불평등, 사회의 불평등은 건강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다.
3. 노동자·민중 공동체를 통한 의료체계의 개혁
대다수 의사도 파업하면서 ‘원래의 회귀’, ‘원상 복귀’는 어렵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의료체계개혁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현재 자본주의 의료체계의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그것은 공동체에 의한 공동소유의 보건의료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자본독재 국가 중심의 의료, 민간 의료체계에서 벗어나려면 그 주체가 자본주의 국가가 아닌 노동자·민중 공동체의 의료체계가 되어야 한다.
노동자·민중 공동체를 위해서는 노동자·민중들과 의사들이 공동 협력해야 한다. 우선 노동자·민중들이 나서야 한다. 민중들은 스스로의 건강에 책임을 지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의료체계개혁에 나서야 한다. 바로 보건의료가 민영화되면 안 되는 이유가 인간의 건강이 인류 전체의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보건의료 문제의 해결도 인류 전체, 또는 당장 그 문제에 처해 있는 집단 전체가 해결해야 한다.
의사들은 의료체계 개혁을 원한다면 우선 자신들이 살기 위해 인구집단의 돌봄을 놓아버리면 안 된다. 계속해서 인구집단의 건강을 돌보면서, 전체 민중들과 함께 해결책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의사들이 자신들의 요구만을 내세우면서 고립적으로 계속 정부와 의료자본에 대항해서 투쟁한다면 그들은 급속히 노동자화가 되어버리고 의료 자본에 흡수되고 말 것이다. 의료자본이 소자본들을 집적과 집중시키는 것은 순식간에 일어날 것이다. 자본은 이미 그 방법을 알고 있고, 여러 다른 산업에 적용했던 자본주의 생산방식을 의료에 적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의사들은 노동자·민중들과 결합해야 한다. 이것만이 자신들의 의료자본으로부터 노동착취를 당하지 않고 인간의 질병을 치유한다는 아름다운 뜻을 가진 의사가 되는 길이다. 의료자본은 절대 의사들을 노동력상품인 의료인력 상품으로 보기 때문에 의사들은 의료자본에 포섭되어서는 인류를 위한 진료를 할 수 없다. 그러므로 한국의 의사들이 인류의 건강을 위한 더 큰 의료를 지향한다면 대다수 노동자·민중들과 손잡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4. 결론: 노동자·민중들이 나서야 한다
한국의 “의사파업”의 문제는 이제 일부 의사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가 되었다. 그러므로 이제 전체 민중들이 나서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자본화된 의료를 사회화된 의료, 사회의료, 민중의료로 만들어 나가기위해 민중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고 그 해결책을 공유해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자본주의체계에서 자본주의 국가중심의 의료, 민간의료 체계에서 벗어나기위해서는 그 주체가 노동자·민중 공동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 우선 가능한 단위에서, 각 지역에서, 노동자·민중 공동체를 만들고, 노동자·민중들의 논의를 증대시키는 일을 시작하자! (202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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