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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와 이주구금 - 이주노동자의 지옥도는 왜 매년 되풀이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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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신문
21시간 58분전 20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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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주 (경북북주이주노동자센터)


2007년 스산한 여수 앞바다는 보호소의 철망에 갇혀 질식사한 한 이주노동자 유가족의 피 맺힌 오열로 가득 찼었다.  대구의 성서공단과 달성공단을 오가며 일을 했던 미등록 이주노동자 A씨는 체불임금 약 6개월 치 500여만 원을 받지 못해 이리저리 발품을 팔다 결국 단속반의 덫에 걸려 체포되었다. 체포 후 그가 갇힌 곳은 미등록이주노동자를 구금하는 여수보호소였다. 500만 원을 포기했으면 그는 생떼 같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을까? 낙후된 시설의 보호소를 철거하고 이주노동자의 편의를 위한답시고 새로 지은 건물에서 발생한 비극이었다. 2007년 2월 11일, 여수보호소 철창에서 질식사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10명이고, 17명이 부상당했으며, 다수가 정신적 트라우마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다. 


2021년 안동의 버섯농장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 B씨가 배합사료 기계에 끼어 사망하는 산재사고가 발생했다. 어이가 없는 사건이었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힐 일이 일어났다. B씨가 함께 일했던 이주노동자 C씨가 경찰에 출석하여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다가 갑자기 피의자가 되고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 기가 막힐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찰은 불구속으로 기소하면서 C씨를 출입국으로 인계했고 출입국은 보호소로 이송했다. 청주외국인보호소에서 재판을 받기 위해 안동까지 오가며 7개월 동안 구금 생활을 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일시보호해제로 출입국보호소에서 풀려나던 날 청주에서 안동으로 오는 승합차 안에서 7개월, 7개월을 되뇌던 C씨의 그 멍한 눈망울을 잊을 수가 없다.


2024년 경주 외동공단에서 울산 출입국의 무차별 단속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한 태국 여성 노동자가 단속을 피해 달아나다가 발목을 접질려 심각한 부상을 입은 채 연행이 되었다. 연행 과정에서 단속반에게 임신 중임을 알렸으나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통증을 견디지 못해 출국에 동의했고 결국 3일 후 강제 출국 되었고, 태국으로 돌아간 며칠 후 아이를 유산했다. 외국인보호소라고 말하는 보호소가 이주노동자를 보호하지 않고(출입국관리법 56조 3항) 행정편의로 체포하고 구금한 후 강제 출국한 전형적인 사례이다. 장기강제 구금의 민낯이 드러나는 이즈음에 그 반대로 보호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또 다른 단속추방의 지옥도를 보여준다.


2025년 2월 말 경산 진량공단에 대구 출입국 단속반이 들이닥쳤고 단속을 피해 옆 공장으로 펜스를 넘던 이주노동자들이 펜스의 철망에 걸려 넘어지고 손이 찢어지고 펜스에서 떨어져 심각한 부상을 입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7명의 이주노동자가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현재 1명은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대구와 경북의 많은 이주/노동/시민 단체들이 무리한 단속을 일삼은 출입국을 규탄하는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고 현재 부상당한 이주노동자들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한 모금을 진행 중이다.



법과 제도의 희생양, 미등록노동자


외국인노동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1조 목적은 ‘이 법은 외국인 근로자를 체계적으로 도입ㆍ관리함으로써 원활한 인력수급 및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인권 보호에 대한 언급은 법 조항 안에 있으나 이 법의 목적이 외국인노동자의 관리, 통제에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사업장 변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부득이 사업장을 이탈할 경우(임의로 옮길 경우) 그 노동자는 미등록노동자가 된다. 미등록노동자가 되고 나면 출입국관리법이 이들의 삶을 좌우한다.


출입국관리법의 목적 또한 안전한 국경관리와 외국인의 체류 관리가 목적이고 그 목적 속에 외국인의 안전한 삶, 행복한 삶 등은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67조의 출국 권고는 아예 사문화되고 68조 출국 명령만을 남발하고 있다. 출국 명령의 남발이 모든 이주민의 삶을 옥죄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지만 특히 이주노동자의 경우, 대부분 일하던 공장에서 작업 중에 단속되기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일상이 헝클어지고 전혀 다른 삶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오로지 출국 명령만을 일삼는 잘못된 행정편의주의가 장기 구금을 하게 되는 악순환을 만들고 결국 법과 제도가 이주노동자들의 지옥도를 만들고 있다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을 짚어본다.


고용허가법률과 출입국관리법으로 이주노동자의 삶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는 한국 정부와 법무부는, 유엔 이주노동자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협약의 기본적 정신조차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이 협약에는 ‘불법체류’라는 단어가 없다. 있다면 오로지 비정규 상황의 이주노동자(협약 제69조)가 있을 뿐이다. 불법이라는 단어는 비정규 상황에 놓인 이주노동자를 법의 사각지대로 내모는 상황을 언급할 때만 한정적으로 쓰인다. 비정규 상황에 놓인 이주노동자가 정규적 상황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관계 당국의 책임이다. 그런데도 관계 당국은 비정규직 상황에 놓인 이주노동자들을 불법으로 낙인찍고 그 낙인을 근거로 체포, 구금한 후 출국 명령이 원활하게 작동되지 않을 때 장기 구금을 하는 행정편의주의의 악습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말한다. ‘불법 사람은 없다. 제도가 불법이다. (Nobody is illegal. System is illegal). 또 말한다. 우리는 다치거나 죽으러 오지 않았다. 또 말한다. 우리는 쓰다 버리는 작업용 장갑이 아니다. 이주 노동이 필연적이라는 인식 때문에 이런 국제협약이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이주 노동이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 정부는 궁극적으로 이 협약을 비준하고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반 조치를 이행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현실을 고려하여 장기적 과제로 두고 점진적인 개선을 해 나가야 한다고 한다면, 우선 이 협약의 기본정신이라도 살려서 강제단속 체포 구금 그리고 장기 구금을 관행처럼 되풀이하는 이 악습을 뜯어 고치기 위한 노력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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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4월 대구출입국투쟁  (사진 :  사진작가 이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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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산단속관련 규탄집회 – 이주노동자 노동권/인권을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 연대회의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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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년 3월, 경산지역 단속으로 부상당한 이주노동자 (사진 : 경산이주노동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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