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우리는 모두가 다른 인종이다


본문
△ 3월 21일. 대구출입국사무소 앞 집회 (본 글은 필자의 발언 내용이다)
― 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에 인간사냥, 강제단속 대구 출입국·외국인 사무소를 규탄한다.
이용기 (前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
오늘은 유엔이 정한 ‘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입니다. ‘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은 1960년 3월 21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종분리정책에 반대하며 평화시위를 하다가 희생된 69명을 기리면서 1966년 3월 21일을 유엔이 인종차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선포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2025년을 살아가는 우리가 모두 윤석열과 자본가와 같은 인종이었던 적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화물연대 파업에 업무개시 명령을 내려 폭력적으로 노조파괴를 획책하고 건설노동자들을 건폭으로 규정하며 무자비하게 탄압하였습니다.
농민들의 생존권은 반응자체를 하지 않고, 젊은 세대의 취업난과 미래 불확실성으로 인한 불안을 기성 정규직에 대한 공격으로 돌리고, 불평등한 여성권리 신장을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으로 편 가르기를 하면서 정치적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행위가 자행되는 사회입니다. 여기에 가장 가시적으로 약자인 이주노동자에 대한 공격을 통해 노동자로서 권리를 억누르고 있는 것이 현재 한국의 고용허가제를 비롯한 외국인 관련 법체계입니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노동자들이 사업장을 변경하거나 계속근로를 위해 절차를 밟으려 해도 너무 까다로워서 외국인관련법 자체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양산하는 제도라고 할 정도입니다.
지난 2월 26일 진량에서 대구 출입국·외국인사무소의 인간사냥으로 7명의 노동자가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얼마나 지긋지긋했으면 이 중 한 명은 부상당한 몸으로 당일 본국으로 출국했습니다. 대구 출입국외국인사무소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은 절차와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폭력적 강제단속을 진행하여 이전에도 다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는 사고까지 일어났습니다.
그럼에도 대구 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또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간사냥을 강행하여 큰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지난 17일 외동에서도 또 단속이 이뤄져 노동자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제가 활동하는 경산센터에서 2월 상담 중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임금이 실제 받은 임금과 차이가 있어 임금명세서를 요구했더니 일주 후 날짜로 해고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대구 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묻습니다. 이렇게 차별받는 이주노동자들 권리 보장에 대해 한마디 한 적 있습니까? 그럴 때마다 앵무새처럼 노동청에 알아보라고 하며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지요. 왜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계속 불법 단속을 하는가? 한국경제에 이주노동자가 필요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고용허가제도 없애면 될 것 아닙니까? 단속실적 때문인가요? 단속실적 올리려면 어디 가면 된다는 것을 당신들이 잘 알고 있지 않은가요?
이주노동자도 한국에 이주하여 사람답게 살면서 한국경제에 주요하게 이바지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2025년도 정책적으로 십수만 명의 이주노동자가 입국하여 정주 노동자로 채워지지 않는 사업장에 노동력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필수노동력입니다. 필요 때문에 노동자들을 들여왔으면 그들이 경제에 기여하듯이 이 사회에 사람으로 살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결국 이주노동자 단속은 출입국외국인사무소 당신들이 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단속시위일 뿐입니다. 이에 더해 중소영세 사업장에서 임금착취를 용인하는 방편으로 이용되고 있을 뿐입니다.
국가정책의 보여주기식 시위를 위해 자행되는 폭력에 이주노동자들은 그 인간사냥의 순간, 자신의 미래와 가족생계를 부여잡고 버티기 위해 생사를 넘나들어야 합니다.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외국인관련법체계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생존권은 구조적으로 무시되고 있습니다. 공무원들은 법무정책으로 지시를 따를 뿐이라고 뒤에 숨지 말아야 합니다. 정주노동자에게 할 수 없는 일은 이주노동자에게도 하지 말길 바랍니다. 아무리 단순 집행했다고 해도 법치행정의 출발이 절차를 지키는 일이라고 했을 때 인간사냥은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는 게 매번 확인되고 있습니다.
12.3 윤석열 비상계엄에서 우리는 민주주의의 원리를 많이 생각합니다. 한국현대사에서 해방 후 40년은 혐오와 차별을 제도화시키고 내면화시켜 분리 통치를 하려는 자들이 독재 통치하였습니다. 87년을 거치며 절차적 민주주의가 정착되는가 했더니 극우세력이 파쇼적 통치를 하는 사회를 유지하려고 내란을 일으켰습니다. 분리통치의 기준은 정치와 경제가 어려우면 차별할 대상을 타자화시키는 정치적 행위가 계속 확대되어 왔습니다. 차별할 인종으로 노동자 인종, 젊은/늙은 인종, 여성 인종, 장애인 인종, 성소수자 인종, 학생·청소년 인종, 이주민 인종 등등…
우리 주위에서 차별의 꺼리를 찾으려면 한이 없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우리 민중은 이런 인종 중 모두를 피해 갈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번 12.3 비상계업 사태에서 민주주의는 고정된 제도 아니라 구성원들의 관심과 참여에 따라 전진과 후퇴가 가능한 살아 움직이는 제도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더불어 타자화시킨 인종들을 억압하는 자본과 정치세력은 하나로 모인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노동자를 탄압하는 자본가들, 여성차별을 조장하는 자들, 장애인을 억압하는 자들, 성소수자와 학생 인권을 공격하는 자들, 이주민들을 차별하고 폭력적으로 대하는 자들이 하나로 연결된 자본과 수구 보수 세력이라는 것을 분명히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그 광장에서 억압당하는 사람들의 희망도 확인했습니다. 남태령의 희망은 2030 젊은/여성들이 농민과 노동자들과 연대했다는 것이 아니라 2030 사람들이, 억눌린 당사자들이 또 다른 억압받는 노동자·농민, 민중들과 연대하여 민중을 억압하는 폭력적 저항선을 뚫었다는 것이라고 봅니다. 차별을 위한 타자화의 틀을 넘어 차별의 나눔을 극복할 수 있는 담론으로 폭넓은 연대의 전선을 형성하는 것이 우리의 희망일 것입니다.
오늘 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을 맞아 대구 출입국외국인사무소의 인간사냥으로 다친 노동자들의 쾌유를 빌며 차별받는 여러 인종들의 힘찬 투쟁으로 인간사냥, 강제단속으로 부상당하고 차별받는 이주노동자의 치료와 노동권을 확보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우리가 모두 한 명도 피해 가지 못할 차별받는 인종들이 연대하여 인종을 차별하고 민중을 차별하는 폭력적 저지선을 끝장내고 모든 인종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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