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자유·보호무역은 독점자본들의 살육전


2025-02-1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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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자유무역: 세계시장을 독점하기 위하여!
보호무역: 자국시장을 독점하기 위하여!
이현숙
1. 격화되는 “무역전쟁”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높은 관세를 물렸다. 해당국들이 반발하며, 보호무역주의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다. <조선일보>는 트럼프에게 다음과 같이 애처롭게 읍소한다.
자유무역 체제의 최대장점은 교역 당사자 모두에게 이익을 준다는 점입니다. 친구인 한국과 미국이 자유무역으로, 함께 이익을 보고 있다는 경제학의 상식을, 트럼프가 잘 이해하고 있길 바랍니다. (조성호 기자, “한·미 자유무역으로...”, <조선일보>, 2025.2.7.
그동안 “친구인 한국과 미국이 자유무역으로, 함께 이익을 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발에 채는 것이 이런저런 자유무역협정(이른바 FTA)들이다. 나는 여기저기서 “이익을 보고” 있어야 할 한국인이다. 그런데 나는 왜 부자가 되지 못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사인한 뒤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 이미지 헤럴드경제
2. 상품유통
상품이란 교환되는 노동생산물이다. 그래서 교환을 통해, “생산자에게서 소비자에게 이전되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를 상품유통이라고 한다. 국가 사이의 상품유통을 특별히 무역이라고 한다.
상품유통은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비자본주의적 상품유통과 자본주의적 상품유통이다. 모두 상품1─화폐─상품2로 표현할 수 있다. 즉 내가 텃밭에서 생산하는 감자와 독점자본 카길이 생산하는 감자는 질과 양이 같다면, 시장에서 모두 상품이라는 형태를 가지고, 가령 1천원이라는 등등한 화폐와 교환된다. 그러나 그 교환의 내용은 다르다.
비자본주의적 상품유통 : 소생산. 사회주의 생산.
가족적 소농 생산의 경우를 보자. 자급자족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여분이 생기거나, 자연발생적 사회적 분업으로 인해서, 상품교환을 통한 유통이 발생한다. 감자1개-1천원-고구마1개의 유통을 보자. 감자를 파는 사람은 1천원을 받았고, 다시 1천원으로 고구마1개를 샀다. 이러한 교환을 통한 유통의 목적은 고구마를 얻기 위한 것이다. 이 고구마는 소비하기 위한 것이다. 즉 감자농부가 이 상품유통을 행한 목적은, 감자의 사용가치를 고구마라는 사용가치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돈벌이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이때 화폐 1천원은 “유통의 수단”이 된다. 유통의 목적이 아니다. 이 운동의 주체는 상품이다. 상품1(사용가치형태)이 가치물(화폐형태)로, 이 가치물이 다시 상품2(사용가치형태)으로 변화한다. 즉 상품의 형태전화 과정이다.
사회주의적 생산과 국제무역도 같다. 사회주의생산은 상품생산-교환을 위한 생산-이 아니다. 그러나 자연발생적 국제분업이 존재하여, 교환이 발생한다. 사회주의 국가 간에 교환되는 노동생산물은 상품이 된다. 석유(쏘련)-금(화폐) ─기계(동독)을 보자. 유통의 목적(사용가치전화·획득)과 화폐의 기능(유통수단), 운동주체(상품)는 위와 동일하다.
자본주의적 상품유통 :
자본의 운동은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화폐자본─생산자본─상품자본─화폐자본. 이때 상품유통은 <화폐자본─생산자본>과정에서 구매<화폐─기계>로 나타난다. <상품자본─화폐자본>에서는 판매<자동차─화폐>로 나타난다(자동차기업이라고 하자). 시장에 나타나는 상품(기계, 자동차)과 화폐는 비자본주의적 상품유통에서와 같이, 단지 상품과 화폐의 자격으로 등가교환·유통된다. 그러나 겉보기만 그러하다. 그 내용은 다르다. 여기서 상품은 상품자본이고, 화폐는 화폐자본이다. 상품에는 잉여가치-착취분이 존재한다. 화폐는 증식하는 가치로서의 자본을 분명하게 표현한다. 자본의 운동 속에서 그 존재가 새롭게 규정된다.
자본운동 전체의 주체는 가치, 특히 증식하는 가치이다. 자본운동 속에 포함된 상품유통의 경우도, 그 운동주체는 가치이다. 즉 화폐형태의 가치(투하자본)가 기계상품의 가치로, 자동차상품가치가 화폐형태의 가치(증식된 자본)로 운동하는 것이다. 처음의 가치 100원이 기계(생산자본)-자동차(상품자본)-110원이라는 운동 속에서, 가치증식하는 것이 이 운동의 목적이다. 110원이라고 하는 화폐는 유통수단이 아니다. 증식된 가치존재로서 화폐(110원)는 이 운동의 유일한 목적이 된다. “돈벌이는 유일한 목적이다.” 돈이 가치의 최고형태이고, 사회는 화폐를 가치자체-가치의 화신이라고 인정하기 때문에 그러하다. 상품자본에서는 불분명하게 표현되는 가치와 증식된 가치가─자본운동의 목적─화폐에서는 분명하게 표현되고 확증되기 때문이다. 물론 110원은 다시 증식(120원)하기 위하여 운동을 반복한다. 이 운동은 무한하다.
3. 자유무역 : 비자본주의와 산업혁명 이전의 자본주의
<조선일보>는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도를 들먹이며, 트럼프에게 자유무역을 설교한다.
트럼프가 개시한 무역 전쟁이 ‘경제학의 아버지’라는 영국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 이후 경제학 이론의 공리(公理)처럼 여긴 ‘자유무역은 이롭다’는 기본 명제를 흔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두 우리 나라에서 만들겠다’는 트럼프의 논리는 애덤 스미스가 주창한 ‘분업의 효율성’에 정면 배치된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밖에서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물건을 집에서 모두 만들어 쓰지 않는 것이 맞다. 국가도 마찬가지’라며 분업 및 경제적 상호 의존성을 설명했다. 다른 나라[B국]가 어떤 물건[상품B1]을 A국보다 효율적으로 만든다면, A국은 A국이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물건[상품A1]을 수출하고, 그 물건[상품B1]을 수입하는 편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의 대표작인 ‘국부론(國富論)’의 원제는 ‘더 웰스 오브 네이션스(The Wealth of Nations)’로, 직역하면 ‘나라들의 부(富)’다. 자유무역이 한 나라만 잘살게 만든다기보다, 이에 참여한 많은 나라를 모두 부유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 (조성호 기자, “도널드 트럼프 vs 애덤 스미스”, <조선일보>, 2025.2.7.) (강조와 [삽입]은 모두 인용자의 것)
예를 들어보자. 한국에서 10명이 100시간 동안 반도체 10개를 만든다. 어떤 반도체 원료는 10명이 100시간 동안 5kg를 만든다. 미국은 10명이 100시간 동안 반도체 5개를 만든다. 원료는 10명이 100시간 동안 10kg를 만든다.
무역 없이 각각 자체 생산한다고 하자. 한국은 200시간을 투여하여, 반도체 10개, 원료 5kg를 얻는다. 미국은 200시간을 투여하여, 반도체 5개와 원료 10kg를 얻는다.
국제분업을 해보자. 한국은 200시간을 반도체 생산에만 투여하여, 20개의 반도체를 만든다. 반도체 하나의 가치는 10시간이다. 미국은 원료 생산에만 200시간을 투여하여 20kg를 만든다. 원료 1kg의 가치는 10시간이다. 이제 한국 반도체 10개(100시간)와 미국 원료 10kg(100시간)를 교환하자. 결과는 한국: 반도체10개+원료10kg(미국산). 미국: 반도체10개(한국산)+원료10kg. 같은 200시간 노동에, 한국은 더 많은 원료를, 미국은 더 많은 반도체를 얻었다. 자유무역을 통해 양국은 부자가 되었다. 자유무역 만세!
그러나 너무 흥분하지 말고 따져보자. 자유무역이 “이에 참여한 많은 나라를 모두 부유하게 만들어준다”는 주장을 분석해보자. 자본주의에서 부는 상품, 즉 “교환되는 노동생산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 논의에서는 무역 즉 교환되는 노동생산물을 전제하기 때문에, 상품으로서의 부가 전제되어 있다. 주지하듯이 상품은 두가지 요소로 분해된다. 가치와 사용가치이다. 즉 상품으로서의 부는 인간적·사회적 부(가치=화폐로 표현)와 소재적·자연적 부분(사용가치)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유무역 전후 한미 양국의 부를 비교해 보자.
자유무역 전
한국 : 사용가치 ─ 반도체 10개, 원료 5kg.
가치 ─ 200시간, 1시간이 1만원이라면 200만원.
미국 : 사용가치 ─ 반도체 5개, 원료 10kg.
가치 ─ 200시간(200만원).
자유무역 후
한국 : 사용가치(증가) ─ 반도체 10개, 원료 10kg.
가치(동일) ─ 200시간, (200만원).
미국 : 사용가치 (증가) ─ 반도체 10개, 원료 10kg.
가치(동일) ─ 200시간, (200만원).
사용가치를 보자; 한국은 무역의 결과로 원료 10개를 100시간에 얻었다. 결국 원료의 생산성이 두배로 증가한 셈이다. 미국은 반도체 생산성이 두배로 증가한 결과를 얻었다.
가치를 보자; 양국 모두 무역 전후로 200만원(200시간)으로 변화가 없다.
그래서 더욱 많은 사용가치를 얻는 것이 생산과 교환(유통)의 목적인 경우에, 자유무역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고, 사용가치로서의 부를 증대시킬 수 있다. 사회주의사회의 경우 그러하다. 사회주의 국가들 사이에서 분업과 자유무역은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결과를 낳고, 인민이 그 과실을 모두 가져간다. 생산성 향상은 공산주의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물적토대가 된다. 국내적으로 보자. 자급자족을 위해 생산하는 소생산자들 사이에서도 결과가 같다. 즉 두 농부가 감자와 고구마 중 각자에게 유리한 것만을 분업으로 생산하여, 교환(일종의 “자유무역”)한다면, 생산성증대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더욱 많은 사용가치를 얻는 이익이 생긴다.
비자본주의적 무역(국제적 “유통”) 혹은 소생산자들 사이의 유통, 즉 교환(상품1-화폐-상품2)의 목적이 무엇인가. 그것은 하나의 사용가치를 다른 사용가치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여기에 국제적, 국내적 분업 생산이 결합되면, 더욱 많은 사용가치를 얻는 효과까지 얻게 된다. 이때 화폐(돈)의 역할은 무엇인가? 위의 예에서 고구마1개─1천원─감자1개라고 하자. 이때 1천원은 교환·유통의 수단이 되고, 여기에 봉사한다.
비자본주의적 자유무역의 목적은 부(사용가치)의 증대이고, 이 경우 자유무역은 “이에 참여한 많은 나라를 모두 부유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자본주의 시대를 살펴보자.
생산과 유통의 목적이 변화한다. 자본주의적 생산, 즉 자본의 생산목적은 더 많은 사용가치가 아니다. 그 목적은 이윤, 즉 잉여가치의 생산, 자본의 증식이다. 자본에게 상품의 사용가치는 단지 증식하는 가치의 외피, 가치의 담지자로서의 의미만을 가진다.
유통도 사용가치A를 사용가치B로 전화하기 위한 것, 혹은 더욱 많은 사용가치를 획득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생산된 상품과 화폐와의 교환, 즉 자본의 생존이 걸린 판매는 가치와 이윤-잉여가치의 실현이다. 상품은 판매되어 가치의 최고형태 화폐(돈)으로 전화한다. 이제 투하된 화폐(투하자본=100원)는 증식된 화폐, 증식된 가치(100원+10원)로 자신을 증명하게 된다. 그리하여 화폐(110원)는 자본이다.
구매를 보자. 자본은 원료와 기계를 재구매하여, 화폐자본을 생산자본으로 전화한다. 110원으로 증식된 자본의 재투하이다. 자본운동의 새로운 시작이고 투자이다. (이에 비해 소생산에서는 구매는 운동을 종결시킨다. 즉 사용가치A─화폐─사용가치B에서 보면, 후반부, 화폐─사용가치B는 “사용가치B의 구매를 위한 사용가치A의 판매”라는 운동의 종결이다.)
원래의 예로 돌아가 보자. 자유무역 전후 가치를 살펴보자. 무역 전에 한국은 200만원의 가치를, 반도체 10개와 원료 5kg를 가지고 있었다. 무역 후에도 역시 같은 200만원의 가치를, 반도체 10개와 원료 10kg로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재용은 그다지 즐겁지 않다; 나는 100만원 어치의 반도체(10개)와 100만원 어치의 원료(10kg)을 교환했다. 100만원 어치의 가치를 반도체의 형태로 가지고 있다가, 이제는 원료의 형태로 가지고 있을 뿐이다. 교환·유통에서 가치는 증식하지 않았다. 나는 자본가이다. 내가 생산하는 목적은 더 많은 양의 사용가치의 획득이 아니다. 나는 자급자족하는 소생산자가 아니다. 나는 공장에서, 생산과정에서, 노동자를 착취하여 가치를 증식시켰다. 부자되는 비밀, 나를 “부유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무역이 아니라 생산=착취이다. 동등한 가치와 가치를 교환하는 자유무역, 즉 유통은 단지 생산과정에서 증식된 가치를, 상품형태에서 화폐형태(판매)로, 화폐형태를 다시 상품형태(생산수단구입)로 실현해줄 뿐이다.
그렇다고 실망하지도 않는다; 원료를 국산품으로 구매하면 100만원에 5kg를 얻는다. 수입하면 10kg를 얻는다. 불변자본을 절약시켜서 투하자본을 감소시킨다. 이윤율은 [이윤(잉여가치)/투하자본] × 연간자본 회전율이다. 이윤율이 상승한다. 또한 나는 오른손으로는 반도체를 끝없이 판매하고, 왼손으로는 원료와 기계를 끝없이 구매하여야 한다. 그래야 착취하고 증식할 수 있다. 세계시장은 넓을수록 좋다.
결론; 자본에게 자유무역의 목적이 무엇인가? 그것은 사용가치로서의 부를 증대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이에 참여한 많은 나라를 모두 부유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목적도 아니다. 그 목적은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이윤의 실현, 즉 가치와 잉여가치의 실현이다. 상품자본의 화폐자본으로의 전화이다. 생산재의 구매자의 입장에서는 투자, 즉 화폐자본의 생산자본으로의 전화이다. (사회주의 국가들 사이라면, “이에 참여한 많은 나라를 모두 부유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목적이 되고, 실현된다.)
그러면 목적과 내용이야 어떠하든 자본의 자유무역은 “사용가치로서의 부”를 증대시키는 결과를 낳는가. 지옥으로 가는 길이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면, 천국으로 가는 길은 탐욕으로 얼룩져 있다. 위에서 보았듯 증대시킨다. 생산성을 발전시키므로, 역사적으로 진보적 역할을 했다 (지금은 아니다). 물론 자본주의에서의 부는 자본에게 소유되고, 근로인민에게 적대적인 부, 착취·지배하는 힘이지만, 어찌되었든 그러하다.
가치로서의 부를 증대시키는가? 가치를 증대시키지는 않는다. 그러나 상업(유통) 일반이 존재해야 자본의 운동이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자유무역은 세계시장을 확장시키므로, 가치생산과 증식에 간접적으로 기여한다. 수입품이 생필품(소비재)이고 그 가격이 낮아진다면, 임금이 하락한다. 그 결과로 생산된 가치는 무역 전후에 같지만, 자본가에게 돌아가는 가치량, 즉 이윤양은 증가한다. 수입된 생산재(생산수단)의 가격이 하락한다면, 이윤율이 증가한다(이윤양은 같다). 그러나 효율적인 생산수단이 수입되어 노동을 대폭 절감한다면, 자본의 유기적 구성이 증가하여, 오히려 이윤율이 하락할 수도 있다.
자본주의에서, 애덤 스미스(18세기 후반기)시대까지, 즉 생산성이 여전히 낮았고, 과소생산이 사회위기의 원인이 되었던 시기, 산업혁명 이전 시기에는, 국제적 분업과 자유무역은 진보적이었을 것이다. 생산성 증대 결과로 더욱 많은 사용가치를 획득할 수 있었고, 이윤율도 상승하여 자본운동이 보다 촉진되고, 인류의 삶을 보다 발전시켰을 것이다.
4. 자유무역: 산업혁명 이후 과잉생산 시기의 자본주의
생산력의 비약. 과잉생산. 20세기 이후 독점자본주의 시대와 자본 간에 벌어지는 세계시장에서의 살육전.
인류의 역사는 산업혁명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모든 것이 변한다. 선은 악이 되고 악은 선이 된다. 소비는 미덕이 되고, 검소는 악이 된다. 과소생산이 아니라 과잉생산이 사회위기를 낳는다. 특히 20세기 독점자본주의 시대에 세계시장은 과잉자본─화폐자본, 생산자본, 상품자본─으로 만성적으로 포화상태이다. 노동력상품시장(“인간시장”)도 역시 만성적 과잉공급이 심각하다. 생산력을 발전시키던 진보적 자유무역은, 생산력을 파괴하는 반동적 자유무역으로 전화한다.
다시 원래의 예로 돌아가 보자.
다른 나라[B국]가 어떤 물건[상품B1]을 A국보다 효율적으로 만든다면, A국은 A국이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물건[상품A1]을 수출하고, 그 물건[상품B1]을 수입하는 편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같은 기사, <조선일보>)
우리의 예에 따라, 미국[A국]이 원료[상품A1]를 수출하고, 반도체[상품B1]를 한국[B국]에서 수입하게 된다. 양자는 이익을 보게 된다고 한다.
자유무역이 낳는 생산성 향상의 문제를 먼저 보자. 보다 적은 자본과 노동으로 보다 많은 사용가치(상품)가 생산된다. 자본과잉과 실업은 그만큼 악화한다. 미국을 보자. 무역 없이 모두 자체 생산하면 반도체 1개는 20만원이다. 무역 후에는 10만원이 되었다. 반도체를 생산수단으로 사용하는 자본은 예전에 비해, 절반의 자본만 필요하게 된다. 현재 세계에는 투자처를 찾아 떠돌고 있는 거대한 양의 과잉화폐자본이 있다. 사태는 더욱 악화된다. 인력을 보자. 전제에서 미국은 무역으로 반도체를 10개 얻게 되었다. 10개의 반도체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무역이 없다면, 자체 생산하여야 한다. 미국은 5개를 10명이 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5개를 더 생산하려면 10명이 더 필요하다. 즉 반도체 10개 생산에 20명 + 원료 10kg 생산에 10명이 필요해서 고용이 증가(20명→30명)했을 것이다. 무역으로 미국의 실업문제는 악화된다.
다음으로, 미국에 존재했지만, 자유무역의 결과 불필요해진 반도체 생산자본과 10명의 노동자 운명이다. 자본과 노동력이 부족한 상태라면, 증가된 원료생산부문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것이 가능했던 시기는 산업혁명 이전 시기이다. 그러나 현재 시장은 자본도, 노동력도 과포화상태이다. 결국 대부분 폐기될 것이다.
문제는 추가된다. 한국은 원료 10kg을 수입한다. 그런데 미국만큼 효율적으로 원료를 생산하는 나라는 미국만이 아니다. 그래서 한국은 일본에서 원료 10kg을 수입해버렸다고 하자. 자유무역의 결과 미국은 반도체 자본이 완전히 폐기된 결과만을 낳을 뿐이다. 좀 더 나아가 보자. 원료생산성에서 일본이 더욱 발전하여, 미국을 추월하게 된다. 그러면 미국은 나머지 원료 10kg도 수출할 수 없고, 원료생산자본마저 폐기된다. 미국은 제조업에서 전반적으로 경쟁국보다 생산성이 낮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자본이 폐기되고 있다.
한국을 보자. 상황은 미국과 동일하다. 원료생산 자본과 노동자는 반도체 생산부분으로 이동할 수 없고, 폐기된다. 반도체생산에서 고용이 증가하더라도, 생산성이 높아 원료생산부분에 비해 단위자본당 고용효과가 떨어진다.
독점자본들이 세계시장에서 살육전을 벌이고 있다. 생산력에 비해 시장은 너무나 좁다. 자유무역은 생산력을 대량 파괴하는 반동적 역할을 하고 있다. 자유무역시장은 경쟁력이 약한 독점자본의 무덤이다. 특히 중국, 일본, 독일 등등의 자본에 밀린 미국제조업 자본의 무덤이 되고 있다. 자유무역은 강력한 독점자본이 세계시장을 독점하기 위한 무기이다. 보호무역은 자국시장을 지키고, 자국시장을 독점하려는 약한 독점자본의 무기이다.
이것이 “한 나라만 잘살게 만든다기보다, 이에 참여한 많은 나라를 모두 부유하게 만들어준다는” 자유무역의 결과이다. 이런 말은 어떤가; 무제한적 자유전쟁이 “한 나라만 잘살게 만든다기보다, 이에 참여한 많은 나라를 모두 부유하게 만들어준다”.
5. “무역전쟁”에 대한 노동계급의 태도
트럼프는 모든 수입 철강에 대해서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다. 미국 철강자본의 자국시장 독점을 방어하겠다는 것이다.
그렇치 않아도 중국철강에 밀려서,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의 철강자본에게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다. 생산이 축소되면, 정리해고가 그 수순일 것이다. 그러면 한국의 노동자는 관세를 반대하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규탄하고, 자유무역을 수호하기 위해 자본과 연대하여야 할까. 결사투쟁으로 승리하여, 미국의 철강노동자들을 실업자로 만들어야 할까?
제1차 세계대전 시기에 레닌은 “제국주의 전쟁을 내전으로”, “자국 정부의 패배”를 노동자계급의 행동지침으로 삼았다. 제국주의 전쟁은 독점자본의 주구로서의 국가와 국가 사이의 전쟁이다. 그 본질은 국가별로 조직된 독점자본들의 세계시장 쟁탈전이, 군사적 충돌로 표현된 것이다. 자본가계급은 노동자계급을 전장으로 내몰고, 각국 노동계급이 서로를 학살하도록 한다. 이에 맞서서 노동계급은 첫째, 세계노동자계급의 연대, 노동자국제주의를 분명히 하여야 한다. 둘째, 자본가 국가들이 서로를 파괴하며, 서로 약해지고 있을 때, 노동계급은 국내의 자본가계급에 대한 전쟁-내전(혁명)을 수행하여야 한다. 셋째, “자국정부의 패배”는 노동계급이 분쇄하여야 하는 자본가 국가를 약화시킨다. 승리하는 제국주의 정부도 물론 있겠지만, 그 승리에서 최대한으로 소모되도록 노동계급은 전쟁을 수행하는 정부에 최대한 저항하여야 한다.
“무역전쟁”도 본질은 동일하다. 독점자본이 세계시장을 쟁탈-독점하기 위해 경제적 방식으로 벌이는 전쟁이다. 이 경제전선에서 자본은 노동계급-산업전사를 동원한다. 산업전사들을 “최대노동과 최소임금”으로 무장시키고, 세계의 노동자들을 서로 싸우게 한다. 그 결과로 승리한 노동자들은 과로사하고, 패배한 노동자들은 골방에서 고독사하고 거리에서 동사한다.
자유무역도 보호무역도 우리의 구호가 아니다. 독점자본들이 서로 투쟁할 때, 우리는 자국 독점자본에 맞서 투쟁─경제투쟁, 혁명투쟁─하여야 한다. 자국자본의 승리가 아니라, 패배를 목표로 하여야 한다. 그들의 승리는 자국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와 지배의 강화를 의미한다. 세계노동계급의 단결투쟁을 지향하여야 한다.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했을 때, 자본의 자유무역은 노동의 자유무역으로 변화한다. 노동의 자유무역은 가치 증식이 아니라, 사용가치증대에 복무한다. 자본의 사적소유-착취-생산력 파괴-반동이 아니라, 근로인민의 공동소유·복지-생산력 증대-진보에 복무한다. 세계인의 적대가 아니라 연대에 복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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