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9.26부동산 대책 - 부채 축소할 기회를 잃어


본문
국토교통부는 9월 26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책과 비(非)아파트 공급 활성화, 3기 신도시 신속 추진 등의 계획을 담은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돈줄이 막힌 건설사에 유동성을 지원해, 현재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은 물론이고, 신규 사업 추진을 원활하게 해,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가 건설사들의 부실 확산을 막고 전반적인 주택공급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신호이다. 만기연장, 이자유예, 채무조정 등 사업 재구조화가 원활히 추진되도록 대주단 협약 운용 지속을 통해 PF 사업장의 위험을 낮추고 관련 금융환경 불확실성을 줄이겠다는 목적이다.
대책에는 건설사·사업장에 대한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한 금융지원 방안이 담겼다. 총 21조원이 넘는 자금이 추가 투입되는 것으로, 기존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고려하면 전체 지원 수준은 40조원 규모로 늘어난다.
이번 대책의 특징은 수요자 측 지원이 아니라 건설사 등 공급자 측 지원이라는 데 있다. 이는 대형건설사 도산위기에 따른 대책이라 볼 수밖에 없다. 도산위기에 처한 한 대형건설사가 정부에 도움을 청하고 이에 정부가 호응했다는 말이 있다. 그 대형건설사는 신용등급이 A-인데 만약 자신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게 되면 이보다 등급이 낮은 건설사들은 자금조달 통로가 막혀 흑자 도산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편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건설사의 보증액 대비 자기자본비율이 태영건설은 191.9%이고, 롯데건설은 146.3%나 된다. 그런데 이 두 기업의 우발채무 규모는 20조가 넘어간다고 한다. 이는 2022년 5대 금융지주와 5대 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액을 합친 규모이다. 중소건설사는 고사하고 대형건설사도 은행권 대출을 할 수 없고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는, 연장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나온 정책이 9.26대책이다. 이는 건설사 지원정책이다. 이러한 정책은 단지 미봉책일 뿐이다. 부동산 시장의 버블을 제거하고 부실을 도려내는 것이 아니라 부채의 만기연장과 자금을 공급하여 당장의 위기를 넘기자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부실규모만 키우는 정책이 된다.
그러나 수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앞으로도 나아질 전망이 보이지 않고, 유가는 다시 100달러를 향해 올라가고 있는 상태에서 미국의 기준금리도 내려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채축소가 아니라 부채를 확대하는 정부의 정책은 부채축소의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화를 더 키우는 것이 될 것이다.
<2023.10.9. 신재길>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