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조선노동당 창당대회 터’ 표석, 다시 설치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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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수
‘조선노동당 창당대회 터’ 표석이 지난 4월 25일 새벽에 사라졌다. 표석의 정식 명칭은, ‘광복단결사대 활동지 및 조선공산당 창당대회 터’이다. 옛 아서원 터, 현 롯데호텔 정문 앞이며, 을지로입구역 8번 출구에서 50m 위치다. 이 표석은 노동당이 21년 6월 서울시 문화재위원회에 신청했고, 심의 과정을 거쳐 지난 3월 30일 소공동 롯데호텔 앞 인도에 설치된 바 있다.
서울시는 사라진 문화유산의 터나 역사적 사건의 현장을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해 서울시 전역에 350여 개의 역사문화표석을 설치해 왔다. 이 중 독립운동 관련 표석은 60여 개에 이르지만, 독립운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사회주의자들의 활동을 알리는 표석은 신간회의 경우처럼 좌우가 연합한 경우에 한정되었다. 이에 노동당은 사회주의 독립운동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역사 복원의 차원에서 이 표석 설치를 공식적으로 제안했던 것이다.
이 표석을 훔쳐간 이는 50대 남성으로 자칭 ‘사랑제일교회 전도사’이자 채널 구독자 21만 여명을 보유한 극우 유튜버로, 경찰에 입건된 상태다. 절도사건으로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것과는 별도로 서울시가 이 표석을 다시 설치할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노동당은 지난 5월 서울시 문화재정책과로 공문을 보내 표석의 재설치를 요구하였다. 정상천 사무총장은 “수사는 경찰이 하겠지만 표석 재설치는 서울시에게 남겨진 과제”라며 “역사적 사건은 늘 해석과 지향에 따라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문제지만, 범죄에 의해 공적 결정이 움츠러든다면 이는 해당 범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고, “동 표석에 관한 사회적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사회적 공감대 형성의 전제 하에 조치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부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오세훈 서울시장이 표석 절도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기사를 보고 표석이 설치된 사실에 대해 엄청나게 대노(大怒)했다”라고 전하고 있다. 표석의 재설치가 쉽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까지 표석 설치에 대해서 더 이상의 진전은 없는 상황이며, 역사적 평가 이전에 사실조차 남기는 것을 거부하는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있는 한, 표석의 재설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역사를 기록하고 기념하는 것 역시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투쟁하고, 조직하고, 학습하고, 기념하자. (2023.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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